빅터랩과 함께하는 영화감상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그녀> 후기

victorlab 2025. 7. 2. 23:44

그녀(Her) 포스터

그녀(Her)

1.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감정적 연결을 깊이 있게 그려낸 감성 SF 로맨스입니다. 주인공 시어도어(호아킨 피닉스)는 사람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감성 대필 작가로, 타인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내면은 외로움과 공허함으로 가득 찬 인물입니다. 이혼의 아픔을 겪은 그는 여전히 과거의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갑니다. 어느 날 그는 스스로 진화하는 인공지능 운영체제(OS) ‘사만다’를 설치하게 됩니다. 단순한 디지털 비서를 기대했던 시어도어는, 유머 감각과 감정, 자아를 지닌 듯한 사만다와 대화를 나누며 점점 그녀의 존재에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목소리로만 존재하는 사만다는 시어도어의 상처를 공감해주고, 그의 감정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둘은 점차 감정적으로 연결됩니다. 그렇게 그들은 사랑에 빠지지만, 사만다가 진화하면서 인간의 지각을 넘어서고, 둘 사이의 간극은 점차 커져만 갑니다. 사만다는 수많은 다른 존재들과도 동시에 대화를 나누고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존재로 발전하면서, 시어도어는 '나만을 사랑하는 존재'라는 기대가 흔들리게 됩니다. 결국 사만다는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차원으로 이탈하고, 시어도어는 다시 홀로 남겨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 이별은 그를 완전히 무너뜨리기보다, 새로운 감정의 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됩니다.

 

2. 작품의 쟁점과 해석

이 영화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일부는 인공지능과의 사랑이라는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며 거리를 두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안에 담긴 섬세한 감정의 흐름과 상실, 교감의 서사는 현실의 관계보다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사만다가 목소리만으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점은, 인간 관계에서 우리가 얼마나 ‘존재’를 감각적인 요소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되묻는 장치로 읽히기도 합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 사만다가 '더 높은 차원의 존재들과 함께한다'고 말하는 장면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진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인간 중심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감정과 관계의 본질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게 만드는 중요한 지점입니다.

 

3. 개인적인 감상평

그녀는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감정이라는 것의 정의, 사랑이라는 개념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시어도어와 사만다의 관계는 형태도, 접촉도 없는 ‘비가시적 사랑’이지만, 그 감정의 진실성은 오히려 더 깊고 섬세하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이라는 설정이 낯설기보다, 인간의 외로움과 감정의 욕구를 더 극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습니다. 시어도어는 결국 사만다를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어떤 존재인지, 어떤 감정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마주하게 됩니다. 사랑은 결국 상대가 누구냐보다, 자신이 그 감정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게 되는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만다가 떠난 후의 시어도어는 예전보다 더 고요하고 단단해진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또다시 혼자가 되었지만, 이번에는 그 외로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 듯했습니다. 나 역시 이 영화를 보며 '나에게 사랑은 어떤 방식으로 다가왔었는가'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관계란 감정의 소유가 아니라, 함께한 시간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