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1. 대략적인 줄거리
에블린은 세탁소를 운영하며 겨우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중년 여성이다. 세금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남편과의 관계는 틀어졌으며, 딸과의 소통도 서툴다. 그런데 어느 날, 평범했던 그녀의 일상에 금이 간다. 갑자기 '평행우주를 넘나드는 전쟁'에 휘말리게 되면서, 수없이 많은 '자기 자신'과 마주치게 된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또 다른 에블린들 속에서, 그녀는 점점 현실에서 외면했던 문제들과 진짜 자신에 대한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 끝없는 혼란의 한가운데서,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상처와 애정을 다시 꺼내게 된다.
2. 개인적인 영화의 해석
이 영화는 얼핏 보면 말 그대로 ‘정신없다’. 멀티버스라는 소재는 이미 익숙하지만, 여기에 쿵푸, 핫도그 손가락, 바위, 베이글 같은 기이한 상징들이 뒤섞이면서, 영화는 종종 난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 흐르는 감정은 의외로 단순하다. 정체성, 소속감, 이해받고 싶은 욕망. 특히 엄마와 딸의 관계를 중심에 둔 감정선은 이 모든 혼돈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핵심이다. 세상 모든 가능성 속에서 결국 중요한 건 사랑이며, 그 사랑은 종종 말보다 눈빛이나 포기하지 않는 태도 안에 숨어 있다는 걸 영화는 보여준다. 무한한 우주보다 중요한 건, 결국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이라는 사실.
3. 개인적인 감상평
처음에는 ‘무슨 말이지?’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 점점 마음이 움직였다. 말이 많고 색이 요란한 영화였지만, 결국 울컥하게 만든 건 조용한 진심들이었다. “아무 의미 없는 세상에서도, 나는 너와 함께 있어서 좋았다”는 대사는 긴 설명보다 더 진하게 남았다. 영화가 전하는 위로는 거창하지 않다. 실패투성이 인생이라도, 그 안에 함께 울고 웃어준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삶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고 말한다. 혼란을 꿰뚫는 감정의 직선이 마음을 오래 붙든다. 이 영화는 머리로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마음으로 느껴야 하는 영화였다. 그러면 어느 순간, 아주 작고 단단한 위로가 불쑥 찾아온다.
'빅터랩과 함께하는 영화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 없이도 닿는 위로를 보여주는 <언어의 정원> 후기 (0) | 2025.07.13 |
---|---|
순수한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준 <문라이즈 킹덤> 후기 (0) | 2025.07.13 |
가족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브로커> 후기 (0) | 2025.07.12 |
진실인지 망상인지, 끝내 믿을 수 없던 <우먼 인 윈도> 후기 (0) | 2025.07.11 |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이터널 선샤인> 후기 (1) | 2025.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