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broker)
1. 대략적인 줄거리
아이를 유기하려던 엄마와, 그 아기를 몰래 데려가 불법 입양을 시도하는 브로커들, 그리고 그들을 추적하는 형사들이 얽혀 있는 이야기다. 말로 설명하면 범죄극처럼 들릴지 몰라도,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각자의 사연을 품은 인물들은 아이를 새로운 가족에게 보내주기 위해 함께 여정을 떠나고, 그렇게 타인과 얽히는 시간 속에서 예상치 못한 감정이 생겨난다. 버림받고, 외면당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모여서 아이에게만큼은 따뜻한 미래를 만들어주고자 한다. 겉으로는 어긋난 행동 같지만, 그 안에는 나름의 선의와 후회, 희망이 뒤엉켜 있다.
2. 개인적인 영화의 해석
혈연 중심의 전통적인 가족 개념에 질문을 던진다. 누가 부모이고, 누가 가족인가. 그리고 가족은 반드시 선택할 수 없는 관계여야 하는가. 이 영화는 유기라는 비극적인 설정 속에서도 묘하게 따뜻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영화 속 인물들은 대부분 어딘가 결핍되어 있다. 누군가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누군가는 사랑을 놓쳤고, 또 누군가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를 통해 어쩌면 자신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란, 시작이 뭐였든 결국 서로를 바라봐 주는 데서 의미가 생긴다는 걸 보여준다.
3. 개인적인 감상평
영화를 보는 내내 묘하게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누군가는 분명 잘못을 저질렀고, 또 누군가는 도망쳤으며, 누군가는 자신의 상처를 외면해 왔다. 하지만 그 누구도 단순히 미워할 수 없었다. 그들의 불완전함이 오히려 더 사람 같았고, 그래서 영화가 끝난 후에도 마음 한켠이 오래 진동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영화가 쉽게 구원이나 용서를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브로커'는 세상이 아이에게 얼마나 냉정한지를 보여주면서도, 그 아이를 지키려는 마음만큼은 진심이었다는 걸 보여준다. 가족이란 말이 꼭 혈연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함께 울고 웃는 그 시간이 곧 유대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영화였다.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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