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윈도 (The Woman in the Window)
1.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는 애나(에이미 아담스)는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뉴욕의 한 오래된 집 안에 홀로 살아간다. 그녀의 유일한 세상은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와 이웃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창문 너머로 이웃집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충격에 휩싸인 그녀는 경찰에 신고하지만, 정작 경찰은 피해자가 멀쩡히 살아 있다고 말하고, 주변 사람들 역시 그녀의 증언을 신뢰하지 않는다. 약물과 술에 의존해 사는 그녀는 점점 자신이 본 것이 환상인지, 현실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2. 개인적인 해석
이 영화는 전형적인 범죄 스릴러처럼 시작되지만, 본질적으로는 심리극에 더 가깝다. ‘보는 것과 믿는 것의 차이’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주인공 애나는 관객의 시선이자 감각이 되지만, 동시에 믿을 수 없는 존재로 설정되어 있다. 그녀의 혼란은 곧 우리의 혼란이 되고, 그 안에서 불편한 몰입이 만들어진다. 이 영화의 공포는 자극적인 장면에서 오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하고 답답한 공간, 말없이 쌓여가는 의심,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믿는 세계가 무너지는 순간’이 주는 심리적 공포가 더 크다. 현실과 환각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질수록, 영화는 관객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세계는 과연 진짜일까?”
3. 개인적인 감상평
영화를 보면서 계속해서 판단이 흔들렸다. 애나가 피해자인지, 혹은 상황을 왜곡하고 있는 가해자인지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그녀를 불쌍하게 여기면서도, 동시에 경계하게 되는 이중적인 감정이 끝까지 이어졌다. 무엇보다 무서웠던 건 살인이 아니라, 그 살인을 봤다고 믿는 주인공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그 심리였다. 인간의 감각과 기억은 얼마나 부정확할 수 있는지, 또 그 불확실함이 사람을 얼마나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였다. <우먼 인 윈도>는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진실이라 믿고 있는 감정이나 기억이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있는가’를 조용히 흔들어 놓는 이야기다. 끝나고 나면 마음 한구석에 묘한 불신과 의문이 오래도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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